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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다양한 사랑이야기. 러브 액츄얼리.
2003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리스마스 시즌에 수차례 재개봉을 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진부하고 뻔한 사랑이야기일 뿐.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내 사랑이 떠올라 미소 지을 수 있게 하는 사랑 영화이다. 오늘은 영화 리뷰를 하기 전에 감독과 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알아보고자 한다.
영국 로맨틱 코미디를 대표하는 작가 겸 감독
리처드 커티스는 영국 출신의 감독이다. 그는 감독이 아닌 코미디 작가로서 먼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작이 <블랙에더>, <미스터 빈> 등이다. 이때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과 호흡을 맞췄다. 1994년 휴 그랜트의 출세작인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통해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유명해진다.
1999년 <노팅 힐>의 각본을 쓰며 다시 한번 인기 작가의 명성을 이어갔다. 2001년 <브릿지<브리지 존스의 일기>를 통해서 런던 비평가 협회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작가로 활동하던 커티스는 2003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서 만든 <러브 액츄얼리>의 각본을 쓰고 처음으로 직접 감독까지 하게 됐다. 이때 당시 커티스는 이미 40대 후반의 나이였기에 주변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커티스의 감독 데뷔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따뜻한 이야기와 영국 출신의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동해서 만들어진 <러브 액츄얼리>는 4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졌으나 전 세계적으로 2억 4500만 달러의 성과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커티스는 감독 데뷔작 <러브 액츄얼리> 이후에도 <브릿지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 <카페의 소녀> 각본을 쓰며 작가로서의 작업도 계속했다.
2009년 두 번째 연출작 <락앤롤 보트>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으나 2013년 기획부터 각본, 연출까지 참여한 <어바웃 타임>이 제작비의 3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리며 감독으로서의 명성도 잃지 않았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각본을 쓰며 6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며 리처드 커티스는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아이콘과도 같은 인물로 자리 매김 했다. 그래서인지 커티스 감독이 참여한 작품은 내 기준에서 모두 재미있게 보았다.
사랑보다 더 큰 고통이 있나요?
영화에 등장하는 명대사가 많지만 단연코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사는 '사랑보다 더 큰 고통이 있냐'라고 묻는 소년의 대사이다. 하긴 아프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러브 액츄얼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국 수상과 직원의 사랑, 소설가와 가정부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남매의 사랑, 친구의 아내를 짝사랑하는 이야기, 소년의 사랑, 의붓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 등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10가지의 사랑이야기. 이 이야기들 속에서 같이 웃고, 울고, 설레며 공감하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동시에 진행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구성이다. 때문에 각 시간과 분량을 어떻게 나눠야 하느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 출신의 감독은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연출했다.
러브 액츄얼리가 처음 기획되었을 때 이미 왕성한 활동 중인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그들의 스케줄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엠마 톰슨, 빌 나이츠, 키이라 나이틀리, 마틴 프리먼 등 배우들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 이 영화에 참여했다.
각 캐릭터마다 결정적으로 사랑이 연결되는 장면이 있지만 우리에게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배우 로완 앳킨슨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등장해서 이야기 진행을 도왔다. 해리가 부인이 아닌 부하직원에게 비싼 목걸이를 선물하려 할 때 선물 포장을 일부러 천천히 하면서 목걸이 구입을 못하게 막고 샘이 공항직원의 눈을 피해 출국장으로 들어가 조안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자세한 등장인물과 이야기는 직접 영화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같이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마법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전 추운 날 집에서 혼자 봤던 기억이 난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연말에 종종 티브이 채널에서 보여줄 때면 다시 보곤 하는데 여전히 재미있다. 그건 아마도 겨울, 크리스마스가 주는 느낌에 반응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 영화를 같이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처음 개봉한 지 거의 20년이 지났는데 아직 유효한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누군가와 썸을 타고 있다면 올 크리스마스엔 러브 액츄얼리 같이 보고 깊은 사랑에 빠지길 바란다.